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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한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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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힐러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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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글을 씁니다. 모두들 연말 잘 보내고 계신가요?! 전 가족들과 맛있는거 해 먹으며 조용히 보내고 있습니다. 오늘은 아찔했던 기억을 써보려 합니다. 

 

캘리포니아 병원에서 일 한지 3년정도 됬을때 일까, 일이 어느정도 적응이 되고 환자들에 대한 두려움도 처음보다는 잦아 들었다. 그날도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출근을 하고 사무실에 들어가 컴퓨터를 켜고 아침일과를 막 시작하려 했을때이다. 갑자기 병동에 알람이 울렸다. 병원 모든 스태프들은 각기 알람을 소지 하고 있다. 비상시 또는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가지고 있는 알람을 작동시켜 나의 위치를 알리고 도움을 청하게 되어있다. 알람을 작동시키게 되면 병동전체에 딩동딩동 알람소리가 퍼진다. 그러면 모든 스태프들이 알람이 울린곳으로 뛰어가야한다. 무튼, 난 알람위치도 확인하지 않은채 사무실 문을 열고 뛰쳐 나갔다. 그 순간 내 눈앞으로 한 스태프가 훅 뛰어 지나갔다. 무슨일인지 파악할 새도 없이 그 뒤를 쫏던 한 환자를 마딱들였다. 난 도망갈 여유도 없이 그 환자에게 붙들렸다. 환자는 잔뜩 화가난 얼굴로 내 양팔을 잡았다. 난 팔이 붙들린채 그 자리에서 소리를 지르며 주저 앉았다. 이미 알람이 작동한 후이기도 하고 내 비명?소리에 수많은 스태프들이 달려왔다. 많은 사람들을 보자 그 환자는 내 팔을 놓아 주었다. 천만 다행으로 더 위험한 상황이 되지는 않았다. 

놀란 가슴을 쓰러내리며 몸이 덜덜 떨렸다. 소식을 들은 내 슈퍼바이저가 한달음에 달려와 나를 체크했다. 애써 괜찬다 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 치료사는 울음을 터트렸다. 나한테 큰일이 나는줄 알고 걱정했다고 ㅠㅠ 

떨리는 마음을 붙들고 아침 그룹을 마치고 동료 치료사와 몇주후에 있을 이벤트 준비를 위해 병동을 나왔다. 그 동료는 나를 걱정해 주며 오후일하지 말고 집에 가서 쉬란다. 애써 참아왔던 마음이 스르륵 무너지며 슈퍼바이저에게 조기 퇴근을 허락 받고 집에 왔다. 남편을 보자마자 눈물이 터졌다… 한바탕 울고 나니 괜찬아 졌다…

이 일을 시작하면서 무수히도 위험한 순간을 봤었다. 병원 특성상 위험한 순간들을 대비해서 트레이닝도 받고 나 스스로도 멘탈관리를 했다. 나는 원래 걸음이 느린 사람이다. 병원에서 일한 후로 내 걸음을 빨라졌다. 난 어렸을때 부터 길거리에서 나눠주는 전단지 안받기가 미안해서 주는대로 다 받아 집에 가져왔다. 그런 내가 병동을 걸어다닐때 환자들이 시도때도없이 걸어오는 therapeutic 하지 않은 말을 요리조리 잘 피해 다니는 법을 터득했다. 

이런 마주치지 않고 싶은 상황도 있는 반면 내가 이 직업을 택하길 잘했다 보람된 순간들도 분명히 있었다. 캘리포니아 병원을 떠난 지금 나는 그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가 정말 하고싶은걸 찾아 가는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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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치료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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